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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 경제학

어머니의 경제학 2부

한동안 눈코 뜰새 없이 바빠서 이제야 다음이야기를 올린다.

내가 11살이 되던해 샀던 그 허름한 집은 우리집의 거의 유일한 자산이 되었다.
(방마다 세를 줘서 주택구매금액 대비 임대보증금 비중이 커서 사실 우리집 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다..ㅡㅡ;;;)
집을 사도 어머니의 지독한 절약생활은 멈춰지지 않았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 할 때마다
우리집의 수입은 아버지 월급20만원 + 임대료가 되었다.
수익이 늘어갈 때마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시기는 빨라졌다.
자산을 늘리는데 가속도가 조금씩 붙은 것이다.
이렇게 우리집 내의 모든 임대가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고서야
나는 고정적인 용돈을 받을 수 있었다..ㅠㅠ
말로 하기는 쉽지만 이 모든것이 어머니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이다.
내가 초등학교 4,5학년(1988,1989년)때 까지도 집에 전화가 없었다.
학교 선생님이 전화하면 작은집에서 그 내용을 전해 들어야했다.
(학교에는 작은집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한 반에 전화 없는 사람이 한둘 있을까 말까했는데
우리집이 거기에 포함됐다.
우리집에 월세를 내고 사는 사람도 전화가 있었는데....ㅡㅡ;;;
아무튼 어머니의 절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겹고 처절했다.
그결과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14살때
아버지는 졸업 선물로 워크맨을 사 주셨고,
어머니는 나에게 새 집을 지어주셨다.
어머니는 돈 한푼 없이 집을 지으셨다.
집을 짓는 3개월 동안 몇가구를 전세로 임대해서
그 보증금으로 건축비를 충당할 계획이셨다.
지금도 난 어머니의 그 배짱과 결단력을 존경한다.
내 기억으로 어머니의 이런 위험한 도전에
순진하고 겁많은 시골농부 출신의 노동자 였던 아버지는
전 재산을 날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술로 버텨내던 날이 많았던 것 같다.
집이 다 지어지고 결국 어머니의 계획은 멋지게 들어맞았다.
완공이 되기도 전에 임대가 다 끝나 버렸다.
그리고 어머니의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작업은 다시 시작되었다.
다시 온 가족이 절약모드에 동참했지만
이전 만큼 처절할 정도는 아니었다.
내가 대학교를 갈 때 쯤에는 우리집은 100%로 월세였다.
임대료도 꽤 나왔고 여윳돈도 좀 있을 정도였다.
이제 조금은 살만 해졌다. 정말이지 기적 같았다.
대학교 1학년 말에 IMF시대가 도래했다.
우리집이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아버지의 경비용역일이 위태로운 것도 아니고,
월세도 잘 들어와서 우리집은 큰 영향이 없었다.
IMF당시 대학등록금 부담 때문에
대학생들에게는 군대가는게 효도라는 말이 있었다.
나 역시 효도 하기로 맘 먹고 영장 받고 바로 갔다.
2년사이 세상이 얼마나 변할까 했었는데
왠걸... 나 없는 사이에 어머니가 집을 팔아 버리셨다. ㅡㅡ;;
(일병 휴가때 메모한 집주소를 보며 찾아갔다..^^;;)
그리고 구제금융(imf) 때문에 금값이 사상 최대로 오르자
어머니는 얼마 있지도 않은 금붙이까지 다 팔아 버리셨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버스정류장 옆에 있는 집을 사셨다.
원래 살던 집은 시장옆 골목 끝에 있는 집이라
주차할 공간도 없고 임대하기에도 조건이 별로라는 이유였다.
부동산에 매물로 내놨는데 대구에서 올라온 서울 물정 모르는 아줌마가
좋은 값으로 산다고 하기에 얼른 계약을 해 버리셨다고 한다.
새로 산 집은 원래 금 도매업을 하던 사람이 살던 집이었는데
IMF시대에 본격적으로 접어 들며 사업이 어려워져서
급매로 내놓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남들이 나라가 망할 것처럼 움츠려들때
어머니는 또 한번 과감하게 투자를 하셨다.
몇년이 지나고 국내경기가 안정되자
집값은 매입가에 두배정도 올랐다.
물로 그 사이에 세입자들이 월세를 내니까
수입은 꾸준히 늘어서 삶은 더 풍요로워졌다.

그때가 1998년... 어머니가 61세셨다.
지금은 2010년 73세...
지금도 절약하시는 습관은 가지고 계시지만
(물론 예전처럼은 아니다. 남들과 비교했을때 절약이고 예전과 비교해서는 사치라고 말해도 좋을정도..^^)
공격적인 투자를 하시거나 돈을 더 벌기 위해 애쓰지는 않으신다.
어머니의 목표치는 이미 이루셨다.
일을 안 하셔도 어머니의 생활이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은 정도까지...
어머니의 목표는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요즘은 임대수익으로 생활하시고 
며느리와 손녀에게 가끔씩 용돈도 주시며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만족을 느끼고 계신다.

나의 목표도 어머니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세대가 변하고 소비수준도 달라지면서
어머니 보다 더 많은 자산에서 더 많은 수익이 생겨야겠지만
일을 하지 않아도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
그 정도가 목표다.

내가 장사를 하며 새로운 매장 계약을 할 때마다
어머니를 현장에 모시고 가서 조언을 구한다.
73세 할머니가 되어버린 어머니에게는
내가 갖지 못한 놀라운 통찰력과 감각을 가지고 계시다.
보통 내가 개발을 하고 괜찮은 물건들만 어머니께 보여드리는데
어머니가 "괜찮네" 하시면 거의 대박이고 적어도 중박은 된다.
한곳은 어머니는 별로라고 하셨는데
내 생각에 너무 괜찮아 보여서 고집스럽게 오픈을 했는데
근처에 경쟁점 2개점이 입점하면서 현재 고전하고 있다.ㅡㅡ;
부동산을 공부하고 실무경험을 쌓고
수년간 장사를 하며 상권에 대해 익혀도
따를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더 많이 배워야 할 듯..

그만 정리해서 어머니에게 배운 부를 목표치 이상으로 만드는 법~!! 
첫번째
수입고정 지출↓ --> 자산↑ --> 수입↑ 지출고정 --> 자산↑ --> 수입↑ 지출고정 -->자산↑ --> 수입↑ 지출고정 --> 자산↑ --> 수입↑ 지출고정 ==> 반복..
위의 패턴을 이해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
두번째
투자를 배우고 연구하며 여러 채널로 정보를 모으고
스스로 할 수 있는 투자를 하며 감각을 키우는 것.
세번째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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